BTS는 7월 29일 지역·언어로 음악을 나누지 말라며 신설된 그래미 아시안 팝 부문 출품을 거부했다. 이후 레코딩 아카데미는 8월 14일 일부 아티스트가 이 부문에 공감하지 못한다며 부문 재구성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폐지인지 개편인지, BTS의 내년 재출품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아 다음 시상식까지 지켜봐야 한다.
그래미는 지난 6월 16일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를 포함한 5개 부문을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K팝뿐 아니라 일본의 J팝, 중국의 C팝 등 아시아권 음악을 하나로 묶어 따로 시상하겠다는 취지였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이 부문이 "아시아 팝의 깊이와 다양성, 놀라운 성장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하는 시장에 자리를 내준다는 명분이었다.
Photo by Nainoa Shizuru on Unsplash
정작 그 자리의 주인공으로 꼽히던 BTS가 등을 돌렸다. 7월 29일 멤버 전원이 개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같은 문장을 올렸다.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는 선언과 함께,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길 바란다"는 이유를 달았다.
핵심은 '분리'에 대한 거부다. 아시아 음악을 별도 칸에 모으는 방식이 인정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주류에서 떼어놓는 구획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BTS는 세 해 연속(2021~2023)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없었고, 그래미가 비백인 아티스트에 보수적이라는 비판은 그 전부터 있었다.
그래미도 곧바로 반박했다. 7월 30일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CEO는 "슬프지만 존중한다"면서, 아시안 팝 부문에 낸다고 해서 '올해의 앨범' 같은 본상 후보에서 자동으로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장르 부문과 본상에 동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7월 31일에는 2021년 'Dynamite', 2022년 'Butter' 무대 영상이 그래미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사실이 확인됐다. 유튜브 공식 채널에는 그대로 남아 있어 보복성 삭제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지만, 그래미가 이유를 밝힌 적은 없다.
분위기는 8월 14일 바뀌었다. 메이슨 CEO는 "일부 아티스트가 아시안 팝 부문이 자신들이 만든 음악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인정했다. 아카데미는 하이브를 비롯해 K팝·J팝·C팝, 인도 음악계까지 자문을 구하며 부문을 다시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검토'와 '결정'은 다르다. 부문을 없앨지, 명칭이나 범위만 바꿀지, 아니면 그대로 둘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거부가 곧 폐지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그래도 CEO가 직접 아티스트의 불만을 공개 인정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신설 첫해에 대표 주자가 빠지고 그래미 수상자들까지 지지에 나선 상황이라, 아카데미로서는 부문의 명분을 다시 세우지 못하면 다음 시상식에서도 참여를 장담하기 어렵다.
방향을 가르는 신호는 세 가지다.
| 확인 지점 | 무엇을 보나 |
|---|---|
| 부문 개편 발표 | 폐지·통합·명칭 변경 중 어느 쪽인지 |
| BTS 재출품 | 개편 뒤 내년 그래미에 다시 내는지 |
| 다른 아시아 아티스트 | 보이콧이 확산되는지, 참여로 돌아서는지 |
결국 이번 국면은 그래미가 '아시아 음악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 사건이다. BTS의 거부가 그 논의를 앞당긴 것은 분명하지만, 답은 다음 시상식의 실제 부문 구성으로만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