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엄웹스터가 새 단어 약 1,400개를 추가하며 '파라소셜'을 올렸고, 이 단어를 풀어낸 글로벌 인포그래픽에 BTS 지민이 대표 사례로 등장했다. 지민을 그린 건 사전 자체가 아니라 멕시코 비주얼 매체 픽톨린으로, 유명인과 팬의 일방적 유대를 설명하려 그를 상징으로 택했다. 팬이라면 이 장면이 지민의 화제성이 팬덤 밖 대중문화 언어까지 닿았다는 신호라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먼저 짚어둘 게 있다. 지민의 이미지가 실린 건 메리엄웹스터 사전 본문이 아니다. 사전이 최근 새 단어 약 1,400개를 추가하며 '파라소셜(parasocial)'을 올리자, 이 신조어들을 쉽게 풀어낸 인포그래픽이 따로 만들어졌고 거기에 지민이 등장했다.
인포그래픽을 만든 곳은 멕시코에 기반을 둔 스페인어권 비주얼 매체 픽톨린(Pictoline)이다. 사회·문화 트렌드와 신조어를 그림으로 알기 쉽게 전하는 매체다. 즉 '메리엄웹스터가 지민을 예시로 썼다'기보다, 제3의 매체가 새 단어를 설명하며 지민을 대표 얼굴로 골랐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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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톨린의 이미지에는 금발 장발에 'JIMIN'이라고 적힌 검은 재킷을 입은 인물이 결혼식 장면에 그려졌다. 함께 붙은 문구는 이랬다. "당신이 그 유명인에게 느끼는 그 유대감. 하지만 그 사람은 당신의 존재조차 모른다."
파라소셜은 바로 이 감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직접 만난 적 없는 유명인이나 캐릭터, 심지어 AI에게 느끼는 일방적인 친밀감과 유대를 뜻한다. 결혼식이라는 상상 속 장면으로 '내가 아는 것 같지만 상대는 나를 모르는' 관계를 압축해 보여준 셈이다.
파라소셜은 새로 만든 말이 아니다. 1956년 사회학자 도널드 호턴과 리처드 볼이 TV 시청자가 출연자에게 느끼는 관계를 설명하려 처음 쓴 학술 용어다. 오랫동안 전문 영역에 머물던 이 단어가 최근 몇 년 사이 일상어로 올라섰다.
케이팝 팬덤은 이 개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무대 위 아이돌과 화면 너머 팬 사이에는 실제 만남 없이도 깊은 애정과 소속감이 쌓인다. 그 관계가 긍정적 응원으로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사생활 침해 같은 과열로 번지기도 한다. 파라소셜이라는 한 단어가 이 양면을 함께 담아내기 때문에 팬덤 문화를 논할 때 자주 소환된다.
이 단어의 부상은 사전들의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파라소셜을 2025년 올해의 단어로 뽑았다. 유명인뿐 아니라 인플루언서, AI 챗봇과 맺는 일방적 관계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이유였다. 케임브리지에 이 단어가 오른 게 2023년이었으니, 학술어에서 일상어로 넘어오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은 셈이다.
이번 메리엄웹스터 추가에서도 파라소셜은 혼자가 아니었다. 외모 관리에 몰두하는 '룩스맥싱(looksmaxxing)', AI에 기대 코드를 짜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같은 말이 함께 사전에 올랐다. 온라인과 팬덤 문화에서 자라난 표현들이 나란히 공식 어휘로 인정받은 흐름 속에 파라소셜이 자리한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지민이 '한 명의 스타'가 아니라 '개념을 설명하는 상징'으로 쓰였다는 데 있다. 글로벌 시각 콘텐츠가 낯선 심리 용어를 대중에게 전할 때, 누구나 떠올릴 얼굴로 지민을 택했다는 의미다. 그의 인지도가 팬덤 안을 넘어 대중문화의 공용 언어에 닿았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다만 확대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등장은 지민이나 BTS를 특정해 평가한 게 아니라, 한 매체가 파라소셜을 설명하려 고른 예시다. 팬 입장에서 의미를 부여하되, 사전이 지민을 공식 예문으로 실었다는 식의 과장으로 번지지 않게 사실관계를 구분해 두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