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에서 '주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회사가 제공하는 아이돌 숙소다. 올해 아일릿과 뉴진스가 숙소를 공개하며 각방과 개인 공간의 변화를 보여준 한편, 소녀시대 효연은 19년째 숙소 생활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한방에서 각방, 독립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그룹의 시간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케이팝에서 '주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이돌 숙소다. 대형 기획사부터 중소형까지 대부분의 숙소는 회사 인근에 마련된다. 연습실을 오가기 편하고 회사가 관리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데뷔가 확정되거나 활동이 시작되면 팀워크와 빡빡한 일정을 함께 소화하기 위해 멤버들이 한 집에 모여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숙소는 단순한 잠자리가 아니라 한 팀의 초기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같은 방에서 안무를 맞추고 새벽 스케줄을 함께 준비하는 시간이 그룹의 호흡을 만든다. 그래서 팬들에게 숙소 공개는 늘 화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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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숙소는 예능의 단골 소재였다. 아일릿은 지난 6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숙소를 공개했다. 위아래 두 개 층으로 분리된 구조에, 얼마 전부터는 멤버들이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는 근황도 전했다. 데뷔 초 한방을 나눠 쓰던 팀이 점차 개인 공간을 갖춰가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뉴진스의 경우 개인 공간이 생기면서 각자의 취향을 반영한 가구를 직접 고르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 침대에서 시작해 '내 방', '내 가구'로 옮겨가는 흐름은 최근 아이돌 숙소 문화의 한 단면이다. 성장과 함께 사적 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Jonathan Borba
그렇다고 모두가 독립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아니다. 소녀시대 효연은 지난 4월 한 영상에서 데뷔 후 19년째 SM엔터테인먼트가 제공한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이면 20년 차다. 그는 "왜 나가야 하느냐"고 되물으며 식사와 쉴 공간이 제공돼 편하고 저축도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코리아타임스는 이를 두고 업계에서 매우 드문 사례로, "아이돌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고 전했다.
효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EXO, 방탄소년단, 레드벨벳처럼 글로벌 정상에 오른 뒤에도 오랫동안 멤버들과 함께 산 그룹들이 있다. 정상급이 됐다고 반드시 숙소를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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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차가 쌓이면 독립을 택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데뷔 5년 차 이상 그룹은 멤버 상당수가 숙소를 떠나 각자의 보금자리를 꾸린 경우가 많다.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는 숙소 특성상 온전히 혼자 쉬는 시간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다만 외국인 멤버가 있는 팀은 비슷한 연차에도 숙소 생활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과거에는 한 멤버의 독립 소식이 전해지면 곧바로 불화설 같은 추측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제는 방송에서 멤버의 '독립기'를 듣는 일이 어렵지 않다. 독립을 관계의 균열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자 성장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것이다.
한 팀이 한방에서 시작해 각방을 거쳐 독립으로 나아가거나, 반대로 오래도록 함께 사는 길을 택하는 것. 아이돌의 주거는 그 자체로 그룹의 시간을 보여주는 지표다. 컴백과 차트 성적 이면에서 멤버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들여다보면, 팬들은 무대 밖의 그들을 조금 더 가깝게 느끼게 된다. 숙소 공개가 늘 화제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