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와 가족 명의 계정으로 8967장을 사들여 24억원을 번 암표상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되파는 행위보다 매크로로 표를 대량 매집한 행위 자체가 예매 시스템에 대한 업무방해로 무겁게 처벌된다는 뜻이다. 매크로 없는 개인의 단순 온라인 재판매는 아직 처벌 사각지대이지만 정부가 전면 금지와 처벌 강화를 추진 중이므로, 팬은 매크로와 대량 정황을 근거로 신고하는 것이 실효적이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는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암표를 팔아온 30대 남성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A씨는 2018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8967장을 되팔아 24억원을 벌었고, 이 가운데 3분의 2가량인 16억원을 이익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수법의 핵심은 물량 확보였다. 폐업한 국내 최대 암표 채팅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받아 쓰고, 가족과 친척 명의로 계정 7개를 만들어 1인당 구매 한정량을 우회했다. BTS 티켓은 11만원에 사서 300만원에, 토트넘 경기표는 40만원에 사서 165만원에 팔았다. 경찰은 그가 사들인 서울 아파트 1채와 상가 2채 등 약 12억원 상당을 추징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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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적용된 업무방해죄는 되파는 행위가 아니라 표를 '사들이는' 단계를 겨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위계, 즉 속임수로 남의 업무를 방해했을 때 성립한다. 매크로로 자동 반복 접속해 정상 예매자의 기회를 빼앗고 예매 사이트의 공정한 예매 관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는 것이다.
법원은 서버를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비정상적인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반복 접속하는 것만으로 업무방해를 폭넓게 인정해 왔다. 형량도 무겁다.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문제는 매크로를 쓰지 않은 개인의 단순 재판매다. 2024년 3월 시행된 개정 공연법은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판매를 금지하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두지만, 매크로라는 요건이 붙는다. 1973년 만들어진 경범죄처벌법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암표 매매에 20만원 이하 벌금만 매길 수 있어 온라인 거래를 잡기 어렵다.
그래서 매크로 없이 온라인에서 표를 웃돈 받고 되파는 행위는 현재 처벌의 사각지대에 가깝다. 다만 이는 몇 장을 정가에 가깝게 양도하는 경우다. 같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대량을 고가에 팔면 수사기관은 단순 판매자가 아니라 전문 암표상으로 보고 업무방해나 세무 조사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이 공백을 정부도 메우려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암표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처벌을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올리는 방향으로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아직 개정안 마련 단계이므로 시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되팔이가 의심된다고 다 신고 대상은 아니다. 실효성 있는 기준은 매크로와 대량 정황이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 좌석이 사라진 뒤 같은 판매자가 여러 장을 정가의 몇 배로 쏟아내거나, 계정을 바꿔가며 반복 판매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정황은 거래 플랫폼에 신고하는 것이 먼저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은 웃돈 티켓 거래를 금지하고 신고가 쌓이면 계정을 영구 정지한다. 매크로나 조직적 매집이 뚜렷하면 경찰 사이버수사 부서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사정이 생겨 정가 안팎으로 한두 장을 넘기는 개인 양도까지 겨냥하는 제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