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과 함께 돌아온 프로듀서 유영진은 30년 가까이 SM 간판 그룹들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설계해 왔다. 그가 만든 곡은 시기마다 색이 뚜렷해서, 전곡을 훑기보다 취향에 맞는 한 곡으로 들어가는 편이 입문에 효율적이다. 강렬한 퍼포먼스, 중독성 후렴, 세련된 R&B 가운데 자신이 끌리는 쪽을 먼저 정하면 첫 곡이 금방 정해진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국내로 돌아왔다. 2023년 하이브와 맺은 3년 경업금지 조항이 2026년 2월 말로 끝나면서다. 그는 새 회사 A2O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보이그룹 A2O SOUL과 걸그룹 A2O LITE를 국내에 선보였고, 데뷔 쇼는 10월 12일에 열렸다.
이 복귀에서 음악과 퍼포먼스를 맡은 사람이 유영진이다. 1990년대 H.O.T.부터 aespa까지, SM을 상징하는 소리를 설계해 온 인물이다. 그래서 "SM 노래를 제대로 들어보고 싶은데 어디부터"라는 질문의 답은 사실상 그의 디스코그래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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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진은 흔히 SMP, 즉 SM Music Performance의 창시자로 불린다. 2023년 뉴시스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 스타일의 상징으로 소개됐다. SMP는 단순한 장르 이름이 아니라, 강한 비트와 군무를 전제로 사회적 메시지나 선언적인 가사를 얹고, 여러 성부를 겹쳐 쌓는 특유의 보컬 편곡을 더한 작법에 가깝다.
가수 출신 R&B 뮤지션이었던 그는 작곡과 보컬 디렉팅을 함께 다룬다. 같은 멜로디라도 여러 명의 목소리를 층층이 배치해 두껍게 들리게 만드는 편곡이 그의 지문이다. 이 점을 알고 들으면 곡이 다르게 들린다.
영문 위키백과의 참여곡 정리를 보면(목록 자체는 전부가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 유영진의 곡은 시대별 결이 분명하게 갈린다.
1세대에는 메시지와 날것의 강렬함이 앞선다. H.O.T. '전사의 후예'는 학교 폭력을 정면으로 다뤘고, S.E.S. 'I'm Your Girl'은 뉴잭스윙을 끌어왔다. 2세대로 오면 한 번 들으면 박히는 후렴이 중심이 된다. 슈퍼주니어 'Sorry, Sorry', 샤이니 'Ring Ding Dong',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가 이 시기다. 3세대 이후에는 사운드 실험이 두드러진다. 레드벨벳 'Bad Boy', aespa 'Black Mamba'와 'Next Level'처럼 장르를 섞고 구조를 비트는 곡들이다.
| 시기 | 그룹 | 대표 참여곡 |
|---|---|---|
| 1세대 | H.O.T. · 신화 | 전사의 후예 · T.O.P. |
| 2세대 | 슈퍼주니어 · 동방신기 | Sorry, Sorry · Rising Sun |
| 3세대 이후 | 레드벨벳 · aespa | Bad Boy · Black Mamba |
전곡을 순서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 끌리는 쪽을 먼저 정하자.
강한 퍼포먼스와 선언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동방신기 'Rising Sun'이나 EXO 'MAMA', aespa 'Black Mamba'로 시작하는 편이 좋다. SMP의 전형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중독성 있는 후렴과 또렷한 댄스 넘버가 취향이면 슈퍼주니어 'Sorry, Sorry'가 가장 안전한 입구다. 빌보드도 그의 대표작으로 이 곡을 꼽은 바 있다. 여기에 샤이니 'Lucifer'를 이어 들으면 리듬 구조의 변주가 보인다.
화려함보다 결이 고운 쪽을 찾는다면 레드벨벳 'Butterflies'가 어울린다. 빌보드가 숨은 명곡으로 지목한 곡으로, 유영진 특유의 보컬 쌓기를 차분한 톤에서 들을 수 있다.
유영진 곡은 멜로디만 따라가기보다 '소리를 쌓는 방식'에 귀를 두면 묘미가 산다. 후렴에서 여러 목소리가 겹치는 지점, 비트가 끊겼다 몰아치는 전환을 의식하며 들어보자. 그 설계가 보이기 시작하면 30년을 관통하는 한 사람의 취향이 읽힌다. 이수만과의 재결합이 어떤 소리로 이어질지는 아직 공개된 음원이 적어 단정하기 어렵지만, 과거 곡들을 먼저 들어두면 새 결과물을 훨씬 선명하게 비교할 수 있다.